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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증상' 보이는 반려견, 슬개골 탈구 의심 신호" 수의사 윤장원
소형견을 키우는 보호자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슬개골 탈구'. 반려견이 두 발로 서면 슬개골이 탈구될까 전전긍긍하는 보호자들이 많다. 높을 곳에서 뛰어내릴까 봐 집 곳곳에 계단을 두는 보호자들도 상당수다. 그러나 수의사 윤장원 원장(우리들 동물메디컬센터)은 생활 습관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슬개골 탈구 예방법으로 알려진 것들은 사실 보수적인 것으로, 유전적 원인과 체중이 더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이 윤 원장의 설명. 슬개골 탈구의 원인부터 치료 방법까지, 윤장원 원장에게 자세히 들어봤다.
q. 슬개골 탈구가 어떤 질환인지 먼저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슬개골은 대퇴 네갈래근에서 모이는 힘줄, 슬개건 안에 위치한 뼈입니다. 대퇴골의 원위에 있는 대퇴골의 고랑 위에서 도르래 같은 형식으로 활주하는데요. 이러한 구조물 덕에 무릎 관절을 효율적으로 굽히고 펴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같은 슬개골이 정상적으로 대퇴 고랑 위에서 활주하지 못하고 벗어나게 되는 것을 '슬개골 탈구'라고 합니다.
q. 슬개골 탈구는 어떤 원인으로 발생하나요?
슬개골 탈구의 원인은 굉장히 다양한데요. 체중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전적인 영향도 상당히 크고요. 간혹 드물게 외상이나 과격한 운동에 의해서 무릎 관절을 안정화시켜 주는 해부학적인 구조물들이 손상되면서 발생하기도 합니다.
슬개골 탈구는 주로 푸들, 요크셔테리어, 치와와, 포메라니안 같은 소형견에서 발생하며, 대형견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소형견은 주로 슬개골이 안쪽으로 빠지는 내측 탈구가 나타납니다. 바깥쪽으로 빠지는 외측 탈구의 경우에는 소형견보다 대형견에 좀 더 흔합니다. 아울러 슬개골 탈구는 보통 어린 나이에 발생하는데요. 심지어 성장이 진행되고 있는 어린 강아지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질환입니다.
q. 반려견이 어떤 증상을 보일 때 슬개골 탈구를 의심할 수 있나요? 꼭 병원에 가야 할 증상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증상은 굉장히 다양한데요. 초기에는 보호자가 다리를 들거나 만질 때, 그리고 반려견이 다리를 굽힐 때 아파하는 증상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성적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뒤에서 봤을 때 '오다리'라고 하여 다리가 활처럼 휘어 있거나 발끝이 안쪽을 향하는 내회전 상태를 보이는데요. 이때는 빠른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합니다. 무릎 슬개골이 바깥쪽으로 빠지는 경우에는 무릎이 안쪽으로 향하고, 발끝이 바깥쪽으로 향하는 소위 말하는 'x자 다리' 형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초기에 병원을 찾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만성적으로 진행된 3기부터는 정상적으로 걷는 것처럼 보여서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문제가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q. 3기에는 증상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슬개골 탈구는 단계별로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1기는 임상증상이 없고 평소 슬개골이 제 위치에 있으며, 인위적으로 탈구를 유발시키면 금세 제자리로 돌아가는 상태를 말합니다. 특별한 조작 없이 자발적으로 탈구가 발생하고 다리를 드는 것 같은 임상증상을 보이지만, 가벼운 조작이나 내버려두어도 스스로 제 위치로 돌아갈 때는 2기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평소에 제 위치에 존재하지 않으나 인위적으로 환납이 가능하며 내버려둘 시 다시 탈수 상태로 유지되는 것을 3기, 인위적으로 환납이 되지 않고 평소에도 계속해서 슬개골이 빠져 있는 상태를 4기로 진단합니다.
q. 단계별로 치료법도 달라지나요?
1기의 경우 임상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가 필요치 않습니다. 2기부터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는데요. 일반적으로는 슬개골이 활주하는 고랑을 더 깊게 만들어주는 '고랑 성형술', 슬개골 힘줄의 주행 방향을 탈구되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이동시켜 주는 '경골 조면 전이술'을 시행합니다. 탈구되는 쪽의 반대에 위치하는 근막을 중첩하여 봉합해 지지해 주는 '중첩 봉합술'도 주로 시행되는 수술의 하나입니다.
질환이 만성적으로 진행되었거나 그 정도가 심한 4기의 경우에는 탈구가 일어난 쪽 관절낭이나 지지 조직 등 연부 조직의 장력을 완화하기 위해 '연부조직 절개'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또한 탈구가 되지 않도록 무릎 안쪽으로 경골이 회전하는 것을 막아주는 '회전 방지 봉합', 뼈 기형이 같이 동반된 경우에는 뼈의 기형을 교정해 주는 '뼈 자름술' 같은 좀 더 고도화된 수술 방법이 필요합니다.
q. 수술 후 재활 과정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에 주의해야 할까요?
경골 조면 전이술 같이 절골이 진행되는 수술 이후에는 수술이 이루어진 부위에 섬유화를 통한 안정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약 4주에서 6주 정도는 운동을 제한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퇴원 직후부터 가벼운 걷기 정도는 가능합니다. 간혹 운동 제한을 위해 퇴원 직후부터 붕대를 감아두기도 하는데요. 이는 무릎 관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습니다.
수술 후 재발의 원인으로 제시되는 것은 비만, 그리고 수술 전 탈구의 심한 정도입니다. 따라서 수술 후에는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주는 것이 중요하고요. 수술을 받기 전, 슬개골 탈구의 심한 정도에 따라 적절한 수술 방법을 선택하고 시행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효과적인 예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보조기, 관절 영양제, 침 치료, 침대로 올라가는 계단 설치, 두 발로 서는 것을 막는 것, 근력 강화를 위한 재활 치료 등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이지 대단히 효과적인 예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근육량이 많이 저하된 경우나 다른 관절 질환이 동반된 경우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술이 잘됐다면 특별히 재활 치료 등의 부수적인 치료가 필수적이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술이 잘 이뤄졌다면 빠른 회복과 좋은 예후를 보입니다.
기획 = 이승희 건강 전문 아나운서
도움말 = 윤장원 원장(우리들 동물메디컬센터 수의사)